나/생각 주머니

UX 이야기 : 있어야 할 곳에 있다는 것

Lou Park 2022. 10. 22. 21:34

갤럭시에 윈도우즈 컴 쓰는중입니다

나는 안드로이드 개발자의 사명으로(?) 아이폰 7을 마지막으로, 아직까지도 갤럭시를 쓰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노트북마저 윈도우즈 노트북이다. 완벽하게 불편한 것이 없는 지금도 언제나 애플 제품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 에어팟3와 아이패드 미니6세대를 구매했다. 홈 버튼이 사라지고 수 년만에 애플 제품을 써보는데 적응이라는게 필요가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애플의 강점은 이거다.

"있어야 할 곳에 있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의미기도 하다. 프로그래밍만이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의 본질 역시 문제를 푸는 거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더듬더듬 재시도하게 하는 디자인은 잘못된 디자인이다. 

 


*애플도 실패한 디자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직 마우스 충전 포트 위치는 끔찍했고, 그게 젤 최악일 줄 알았는데 애플 펜슬을 아이패드에 수직으로 꼽아 충전하는 디자인까지 나왔다. 아이폰 6는 손에 쥐기 미끌미끌해서 케이스를 씌워야 안정감이 들었다.

 

아이패드의 Touch ID

 

있어야 할 곳에 있다는 것

애플 제품의 Touch ID 인식 부와 전원 버튼은 합쳐져서 디자인되어있다. 화면을 켤때 잠금 해제가 필요하므로 전원을 켜고 지문인식하는 작업을 하나로 줄여버렸다. 이 점은 이전 LG 휴대폰에서와 같지만, LG 휴대폰은 지문인식 부위가 휴대폰 뒤에 있어 바닥에 올려놓고는 지문인식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럴바에야 얼굴인식을 한다는 애플이다. 

그 밖에도 아이패드에서 화면 전환은 네 손가락으로 그냥 화면을 밀어버리면 되는데, 화면을 줄이는 것도 손가락으로 움켜쥐어버리면 된다. 아이패드에서 맥북간에 파일을 옮기는 것도 그저 맥북쪽으로 드래그하면 파일이 옮겨진다. 기능이 액션과 일치한다. "어디 쪽에 버튼을 눌러야하고, 옵션에 몇번째 버튼이고..." 기억할 필요가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면 기능은 거기에 딸려온다.  

이 느낌이 뭔지 모르겠다고?

자면서 휴대폰 알람이 울리면손을 더듬어 휴대폰 알람을 꺼본적 있을거다. 이때 내가 처음에 뻗은 위치에 휴대폰이 있었을때의 느낌과, 있어야할 곳에 휴대폰이 없었을때의 빡치는 느낌. 그거다!

 

유저는 눈을 가리고 달리는 사람

 

디자인을 할때는 "여기 있어야 이쁘니까, 안정적이니까"가 아니라 "여기 있어야 하니까"로 생각을 바꿔야한다. 이 제품을 사용할 사람들을 미리 생각해보고 행동을 예측해서 그 사람들이 걸어갈 곳에 미리 돌 다리를 만들어 두는 것이다. 


이번에 갤럭시에서 AI 지우개라고, 사진에서 원하는 항목을 지우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광고도 하고 그랬다는데, 친구를 통해서 알게되었다. 기능은 대단했다! 하지만 접근 방법이 포토 에디터의 쩜쩜쩜(...) 버튼을 눌러서 지우개 기능을 활성화 한 뒤에 원하는 오브젝트를 선택하는 식이었다. 뭔가 사진에서 지우고 싶었다면 지우개 메뉴를 눌러서 그 부분을 클릭할 수 있게 하던지, 그냥 지우고 싶은 마음에 꾸욱-누르면 물어보던지 할 수 있었을텐데 꽁꽁 숨겨둬서 아쉬웠다. 부엌찬장 제일 윗칸에 뭐가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도저히 바깥으로 내놓을 수 없을 정도로 UI가 복잡하다면 액션을 장려하게 만들어야한다. 

 

 

사실, 여기 밖에 없어

빛 좋은 개살구같은 소리.

전혀 사용자를 예상하지 못하겠다면 어쩔꺼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뭐, 그런 경우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있어야 할 곳에 있다"라는 주제는 우리의 행동을 디자인이 도와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지만, 그 반대로 디자인은 우리의 행동을 강제하기도 한다. 

 

밀 수 밖에, 당길 수 밖에

 

많이들 예로 드는 화장실 문은 미는 곳에는 손잡이가 없고, 당기는 곳에는 밀기도 벅찰정도로 큰 손잡이가 있다.

나는 "당기세요"를 읽지 않는 한국인이다. ㅋㅋㅋ 당기세요를 읽고 뇌로 해석할 쯔음엔 이미 몸이 문 반쪽을 밀고 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 화장실문은 당길 수 밖에 없다.

 

미안하지만 휴지는 없다네

 

One more thing~!

나는 화장실에서 휴지를 쓰다가 휴지를 다 쓰게되면 변기 커버를 내리고 휴지 심을 그 위에 올려둔다. 혼자 살아도, 회사 화장실에서도 꼭 그런다. 다음 사람은 닫힌 변기 커버 위에 빈 휴지심을 발견하고 "휴지가 없다"라는 중요한 정보를 변을 보기전에 알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급해도 말이다. 때로는 행동을 강제하자. 유저가 자꾸 어디로 쏙쏙빠지면 그 선택지 말고는 없게 숨겨두자. "여기밖에 없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