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생각 주머니

화등초상

Lou Park 2025. 3. 16. 02:04

<화등초상>이라는 드라마를 요즘 재미있게 보고있다.

80년대의 대만을 배경으로 하고있는데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대사도 하나하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빠르게 지나가는 대사들 중에서 곱씹고 싶은 것들을 몇 가지 주웠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 많은 대사를 이해못해서...

대사에 있는 내용과 내가 든 생각이 영 딴판일수도 있겠지만! ㅋㅋㅋ

이 생각을 잊고싶지 않아서 적어둔다.

# 차오 바에 앉아있는 유리에게 헨리가 다가가며

유리: 난 혼자이기를 원해.
사랑 같은 건 원하지 않아. 어떤 것 같아?
다들 좋은 상대를 찾으려고 해.
여자는 꼭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해.
안 그러면 잘못된 거라고 하지.
헨리: 거짓말!
유리: 무슨 뜻이야?
헨리: 이 사람들을 봐 (차오의 손님들) 다들 외로워서 여기 오는 거잖아?
넌 사랑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 그건 두려워서 그런 거 아니야?
잃는 게 두렵고
상처 받을까 두렵고
결국에는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닐까 두려운 거지.
그래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사랑이 필요 없다고 하는 거야.
유리: 다 아는 척 하지마.
헨리: 왜나하면 내가 그런 사람이거든 
사랑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어
차이가 있다면
네가 충분히 운이 좋아서 서로 통하는 사랑을 찾느냐 하는 거야
그거 알아? 너를 본 순간부터 난 확신했어.
너와 난 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야.

유리라는 캐릭터는 <화등초상>에서 차갑고 정없는 MZ세대처럼 그려진다. 80년대 이야기인데 이런 캐릭터가 있네? 싶었는데 저 대사들을 보고 놀랐다. 나도 요즘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사랑같은건 나한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던 사람 중에 하나였는데, 헨리한테 한 대 맞았다. 사실 행복은 잠깐이고 내가 상처받을까봐, 끝에는 헤어짐 밖에없으니 잃는게 두려워서 자신까지 속여버린 것이다. 여기서 정곡을 찔린 유리 표정 = 내 표정이었고 저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반했을 것 같다. 저 둘 끝이 안좋게 되어버린게 참 안타깝지만 당시 헨리의 말은 인상깊다.

 

# 휴학 후 갑자기 학교를 찾아온 왕아이롄,
사람들은 저마다 바쁘게 가는 것 같아보이지만
정작 목적지는 없는 것같아 보인다고한다.

허위언: 네가 겪는 모든일은 
마음속에서 어떤 감정을 만들어낼거야.
그 감정은 너를 어딘가로 데려가는거야.
당시에는 잘 모르더라도 매번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사실은 모든 일이 전부 하나의 선으로 연결돼서
어딘가로 이어진다는걸 알게될거야.
내 생각에 그곳이 아마 목적지겠지?
...(중략)
왕아이롄: 그 말을 들으니까 너에 비해서 나는 너무 변변치 못한 것 같다.
허위언: 즐거워?
나한테 대답할 필요없어
나는 이 질문을 요즘 자신에게 자주 물어봐

스포가 될 수도있어서 자세히는 얘기못하지만, 허위언은 최근 힘든 일을 겪었다.

허위언이 왕아이롄에게 즐거워?라고 물을때 나도 내가 즐거운지 잠시 생각해봤다. 왕아이롄이 말하는 목적지가 뭔지는 잘 이해못했다. 인생에 무슨 목적이 있을까...생각하는 편이라...그래도 내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전혀 모르겠을때, 즐거운가? 나에게 물어보는 방법은 한발짝 떨어져서 나를 살펴보기에 좋은 것 같다. 

 

# 친부에게 양육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쯔웨이에게 더 큰 상처를 주지 않으려
일부러 차갑게 대하는 러위눙.

쯔웨이: 왜 이러는진 모르겠지만
나도 힘들어
그래도 엄마가 하라는대로 할게
엄마, 괜찮은척 하지 말아줄래?

러위눙이 쯔웨이에게 너무 차갑게 대해서 쯔웨이가 엇나가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쯔웨이의 배려심 깊고 성숙하지만 아직 아이라는점, 엄마와의 유대감을 모두 보여주는 대사에 그냥 눈물이 정수기처럼 떨어졌다. ㅋㅋㅋ 나라면 순간적으로 반항심이 들었을 것 같은데 또 내가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

 

바람피고, 여자친구인 유리를 마음대로 이용하기만 한
헨리 이야기를 꺼내며

로즈: 아직 안헤어졌어? 너를 이렇게 대했는데?
유리: 내가 사랑한다고해서 상대도 꼭 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로즈: 이해해. 술집에서 일하면서 그런 경우 많이 봤지.
말은 쉽지만 정말 그러기가 어디 쉬워?
유리: 상대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아서 그래요.
로즈: 자신을 잃을 정도로 사랑하기 싫어.
사랑이 깊어지면 비교하기 시작해.
누가 더 많이 사랑하는지 누가 덜 사랑하는지
이런 걸 따지기 시작하면 이미 진거야.
유리: 지기 싫어서 그냥 끝내야 한다고요?
로즈: 그러면 안 돼?
유리: 로즈마마, 정말 자신을 사랑하시네요.
부러워요 나도 그러고 싶어요. 그런데 그럴수가 없어요.

유리와 로즈는 서로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여기서 많은 대사들을 이해못했다. 하지만 언젠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과 생각 그리고 행동 3가지는 모두 다른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나는 하나인데 그것들은 모두 따로 논다. 행동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내가 될테지만, 나의 마음과 생각은 쪼개져서 진짜 자아가 뭔지 혼란스럽다. 심리학에서도 자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었고, 성악설 성선설 등 인간의 본성에 대한 견해가 많은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것 같다. 

 

 

# 술집 차오에서 쑤와 로즈

: 그때 거짓말이 확실히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지
넌 잊었어?
그게 너무 즐거웠나봐.
거짓말이 본능이 되었어.
어떻게 고통스러워하는지 잊고
어떻게 누굴 좋아해야하는지 잊고 
너무 많은 감정을 잊었어.
그렇게 살아남은거야
전부 네가 내게 알려준거야.

위에서 자아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여기는 그것의 연장선이다.

한동안 사회적 책임에대한 압박에 내가 나인채로 있지 못한적이 있었다. 난 미성숙한 사람인데 어른인척 오랫동안 날 속이다보니 그 안에서 생기는 감정들도 다 가짜처럼 느껴졌다. 나의 원래 모습을 잃은 느낌? 만나는 사람마다 다르게 행동하는 나는 메타몽같았다. 그래서 내 진짜 형체는 누구를 만날때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최대한 모든사람을 일관되게 대하려 하고있다. 확실히 에너지도 덜 쏟고 편한 것 같다. 

 

드라마 초반, 모두에게 퍼펙트한 쑤를 보면서...

사실 속은 썩어있을 것 같았다.

 

쑤도 객관적으로 그 상황에서 필요한 최선의 선택을 했던 것이지, 솔직하게 행동했던건 아니었다.

자신을 심즈의 심 대하듯 움직인 결과다.